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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관 개관전 "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

박넝쿨 2012. 8. 28. 06:00

 

 

 

 

 

 

 

 

 

 

 

 

 

 

 

 

 

2010년 서울 옥션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됐던 이중섭의`황소`가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전시된다.
우리 근대 미술사에서 작품 한 점을 꼽으라면 이중섭(1916~1956)의 '황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단단한 몸집에 곧 치받을 듯 화가 난 황소는 한눈에 보기에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일제 강점기와 6ㆍ25전쟁이라는 절망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우리 민족의 결연한 의지가 황소에 상징적으로 투영돼 있다.

이중섭이 그린 소는 열 점 안팎인데 한 점은 홍대박물관에, 또 한 점은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돼 있다. 그래서 2년 전 서울옥션 경매에 '황소'가 출품됐을 때 미술계는 적잖이 흥분했다. 당시 낙찰가는 35억6000만원. 이중섭 작품 중 최고 경매가이자 박수근의 '빨래터'를 이은 역대 2위 낙찰가격이다.

이 작품이 일반에 공개된다. 29일 개관하는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얼굴'이 바로 이중섭의 '황소'(종이에 유채, 35.5x52㎝)다. 황소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담뱃갑 은박지에 철필로 그린 은지화와 자화상을 비롯해 평소 보기 어려운 이중섭의 드로잉과 유화 작품 3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1999년 삼성미술관 리움과 2005년 갤러리현대 특별전에 이어 이중섭 전시로는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중섭과 동시대 활약했던 '산의 작가' 박고석(1917~2002), 27년만에 작품 15점이 공개되는 이봉상(1916~1970), 엄격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유명한 손응성(1916~1979), 정갈한 화면 구성으로 알려진 정규(1923~1971), 최근 갤러리현대에서 회고전을 여는 한묵(99) 초기 구상 작품도 개관전을 수놓는다. 총 작품 수는 73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이중섭 작품이다. 총 작품 보험가액만 250억원을 뛰어넘는다.

박고석과 손응성 이봉상 한묵 네 명은 1952년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이중섭과 전시를 열었던 동시대 작가들이다. 이를 추억하듯 전시장에는 1950년대 다방의 풍경을 재현해 눈길을 끈다.

'서울미술관' 관장을 맡은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는 "상업화랑이 없을 시대인 일제와 1950년대 다방은 미술품이 대중과 만났던 중요한 장소"라며 "근대 미술의 부활을 꿈꾼다는 측면에서 개관전 제목도 '둥섭(중섭의 서북방언), 르네상스로 가세'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서울유니온약품 대표(56)는 "지난 30년간 약을 팔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찡그린 표정이었다"며 "수십 년간 수집했던 미술품을 내 이웃과 나누고 싶어 미술관을 건립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중섭을 비롯한 근대 회화를 집중 수집한 미술계의 '큰손'이다.

그는 "그림을 산다는 것은 작품 한 점이 아니라 작가들의 인격과 인생을 사는 것"이라며 "특히 이중섭 그림을 모으게 된 계기는 1987년 시인 구상 선생과 여의도 한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야기의 절반 이상이 이중섭 그림이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미술관은 흥선대원군 별장인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안 대표는 경매에 나온 석파정과 소유자인 법인 석파문화원을 수년 전 65억원에 인수했으며 이 일대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석파정을 포함한 총 대지면적은 4만3000㎡로, 순전시실 면적도 2000㎡가 넘는다.

안 대표는 "미술관 이름이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혼동을 줄 수도 있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사용했다"고 말했다.

개관전은 29일부터 11월 21일까지. (02)395-0217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