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넝쿨 2018. 9. 11. 09:19


거미의 법칙(201897()

거미에게서 배우는 자연주의 처세법

-저자 오시키시게요시. 바다출판사

 

거미와 함께한 25

 

머리를 하늘로 향하는 거미

그물을 치는 거미를 보면 무당거미를 비롯한 대부분의 거미가 머리를 지면 쪽으로 향하고 있다. 때로는 위를 바라보는 거미도 있는데 이는 머리를 포획 중이거나 거미줄을 치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1200종이 넘는 거미 가운데 단 두 종류만 언제나 머리를 위로 향한다. 바퀴통(거미집의 중앙부로 점착성이 없는 부분)에 거미의 실을 붙여 머리를 지면 쪽으로 향해 매달리는 가늘고 긴 무당거미는 먹이가 그물에 걸린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서 실로 뽑아 포획물로 이동한다. 이 무당거미의 그물은 신속히 먹이를 포획 할수 있도록 바퀴통보다 아랫부분의 그물이 더 크게 짜여 있다. 이에 비해 은먼지거미와 같이 머리를 위로 향하는 거미의 그물은 윗부분이 더 넓다. 이는 거미의 복부가 짧아서 거미줄을 이용해 신속히 위 아래로 이동 할수 있게 고안 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무당거미는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그물을 친다. 따라서 때마다 먹을 주면 새로 그물을 치거나 망가진 그물을 고칠 필요가 없다. 그물을 쳐서 곤충을 포획하는 것이 거미에세는 매우 상식적인 행동이므로 아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먹이를 확보할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비상식적인 행동에 속한다. 게다다 그물이 망가져도 먹이를 확보할수 있는 상황에 익숙해 지면 그물을 치는 헛된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날 새 먹이를 주려고 전날과 똑 같이 호랑거미 옆에 매미를 놓아 주었다. 그런데 전날 보여준 탐욕스러운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호랑거미는 매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래도 나뭇가지 위로 도망가 버렸다. 배가 꺼지지 않은 모양이다. 하룻밤 만에 먹이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너무도 놀라웠다. 나는 이 사례를 통해 호랑거미는 식욕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으나 먹이를 저장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미는 왜 자신의 그물에 달라붙지 않을까?

거미줄의 점착성은 먹잇감의 포획과 관련이 깊다. 나는 처음 거미를 보면서 왜 자신이 친 그물에 달라붙지 않은지 궁금했다. 본래 거미줄은 가로줄에만 점착성이 있다. 먹이가 걸리는 줄로 바로 가로줄이다. 그렇다면 먹이가 가로줄에 걸렸을 때 거미는 어떻게 접근하는 걸까? 나는 이런 의문을 보려고 거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 결과 평소 그물 위를 걸어 다닐 때 거미가 가로줄이 아닌 세로줄로만 다니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물의 외곽에서는 세로줄의 간격이 넓어 이동하기가 꽤 불편하다. 그래서 먹이가 그물에 걸리면 그물 위를 천천히 걸어 다니는 여유로운 행동을 관두고 바퀴통에 한쪽 끝을 고정한 세로줄을 타고 단번에 목적지로 이동해 먹이를 거미줄로 휘감아 버린다.

 

자기가 친 그물의 가로줄이 끈끈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왕거미는 그물을 칠 때 미리 뽑아 둔 세로줄을 밟고 이동하여 가로줄을 치고 가로줄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세로줄을 모두 끊어 버린다. 자신이 쳐 둔 가로줄 위를 걷은 바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줄과 줄이 만나는 지점에는 점착 물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설령 세로줄을 밟았다 하더라도 가로줄에 닿은 때가 있다. 그러나 가로줄에 다리 전체를 댄 것이 아니어서 옴짝 달짝 못하게 붙은 일은 없다. 물론 자기가 친 줄에 달아 붙어서 목숨을 잃는 일도 없다.

 

무당거미의 가로줄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촘촘하다. 무당거미는 접착성이 있는 가로줄 몇 가닥과 점착성이 없는 한 가닥을 반복해서 치기 때문에 이동할 때 점착성이 없는 가로줄로만 다닌다. 거미의 다리 8개를 자세히 관찰하면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다리 끝에 항상 세로줄이 닿아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어쩌다가 가로줄에 걸쳐지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거미가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다리 끝 부분의 표면이 기름으로 덮여 있는 데다 가로줄 닿은 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낮에 거미가 그물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그 거미를 날마다 관찰했는데 점착성일 있는 가로줄을 칠 때 가로줄을 자신의 발에 걸어 세로줄에 접착시키는 모습을 확인했다. 거미의 다리 표면이 기름으로 덮여 있음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접착제를 두껍게 바른 바닥 위에 무당거미를 올려놓으면 두세 걸음 가다가 발이 달아 붙어 곧 멈추고 만다. 이는 거미의 모든 다리가 기름으로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이유에서 거미는 의도적으로 가로줄을 피해 걷는다.

 

p31 생애 최초의 일주일간의 공동생활에 들어가다.

 

늦봄에 태어나 그 해 늦가을에 운명을 다하는 무당거미의 절정은 구애 계절인 가을이다, 늦여름부터 그물을 치지 않는 수컷은 암컷의 그물 안으로 들어가 구애 할 기회를 엿본다. 암컷 한 마리를 둘러싸고 수많은 수컷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수컷의 구애를 받아들인 암컷은 가을에 임신을 해서 늦가을에 나뭇가지 등에 알주머니를 낳고 산란을 위해 되로독 비가 들어 치지 않은 곳을 선택한다.

 

무당거미의 새끼는 보통 5월 말부터 부직포처럼 생긴 알주머니를 찢고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큰눈이 내려 겨울이 길어지면 부화 시기가 6월로 넘어가기도 한다. 새끼 거미들은 부화된 직후를 기다리는 개미떼가 몰려와 있다. 새끼거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줄을 뽑아 개미에게서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물론 일부 새끼거미들은 개미의 먹이가 되기도 했다. 태어나자 마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생물계의 비정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난을 피해 달아난 새끼거미들은 지면보다 높은 나뭇가지에서 비가 들어 치지 않은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새끼거미들은모두 똑같은 장소로 이동을 한다. 200마리가 넘는 새끼거미들은 서로 가는 줄을 뽑아 마치 공처럼 무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 생활은 일주일 정도 지속한다.

 

새끼거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무리를 지어 한 장소로 이동한다.

그때 새끼 한 마리가 신기한 행동을 한다. 끝에서 두 번째 있던 새끼거미가 밑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새끼 거미를 구하려고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새끼거미는 끝에 있는 새끼거미를 도와 자신의 위로 끌어올렸고 그 새끼거미가 무사리 올라오는 모습을 본 후에야 자신도 위로 향해 올라갔다. 게다가 이 새끼 거미의 행동을 직접 확인했다. 그 후에도 대학교 연구실에 이 행동에 관한 실험을 해보았는데 역시 틀림없었다. 또한 이 행동은 사람이 주변에 있건 없건 늘 한결같았다.

새끼개미의 이러한 행동은 그물 안에서 고독한 성의 주인처럼 혼자 살아가는 성숙한 거미와 전혀 다른 습성으로 새끼 거미끼리는 우정소 믿음이 있음을 말해준다.

 

재활용할수 있는 그물만 거두어 들인다.

바퀴 모양으로 그물을 치는 왕거미는 해질녁에 나타나 전날 친 그물을 거둬들이고 새로 그물을 친다. 이전에 나는 해 질녁이면 집 근처 강변 울타리로 나가 왕거미가 거둬들인 그물을 그대로 버리는지 아니면 먹어치우는지를 관찰한 적이 있다. 왕거미는 내 예상 되로 거둬들인 거미줄을 입에 넣는다. 이렇게 왕거미와 집 왕거미는 날마다 해질녁이면 그물을 교체한다. 이에 비해 무당거미는 한낮에는 부서진 부분을 수리하는데 보통은 한밤중에 그물을 교체한다. 이때 거미는 낡은 그물을 입에 넣었다가 다시 사용하다. 한마디로 재활용이다.

 

그러나 거미가 줄을 입에 넣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그물 전체가 먼지로 뒤덮였을 때이다. 나는 연구실에 거미를 풀어놓는데 책상에 앉아서 연구실 곳곳에 그물을 치는 거미이 행동을 /마음껏 관찰하기 위해서다. 무당거미 한 마리가 천장 가까이에 큰 그물을 치고 곧 죽었는데 나는 그물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놔 두었다. 그리고 새 무당거미를 연구실에 풀어 놓았다. 그러자 무당거미는 먼지낀 낡은 그물을 멋기제 말아서 떼어 내더니 그 자리에 새 그물을 쳤다. 돌돌 만 낡은 거미줄은 새그물의 한쪽 구석에 붙여 두었다. 이 낡고 먼지 낀 줄은 재활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당거미는 먼지가 가득한 장소에 그물을 칠때면 침착성이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수시로 그물을 교체한다. 한번은 펌프 공장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물을 교체할 때 나무 가루가 붙어 짐착성이 떨어진 그물을 따로 모아 새 그물에서 좀 떨어진 자리에 붙여 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한번은 좀더 눈에 잘 띄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얀 스트레이를 그물에 뿌린 적이 있다. 잠깐 눈을 피해 있던 무당거미는 제자리로 돌아와서 착색횐 그물을 모으더니 입에 넣지 않고 그대로 버려 버렸다. 이렇듯 거미는 재활용할 수 있는 그물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거미학자 데이비드 피카르는 거미 그물의 보존성에 관한 흥미로눈 실험을 했는데 오토그래피라는 방법을 통해 새로눈 그물안네 80~90%의 비율로 낡은 그물의 성분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낡은 줄을 삼킨후 30분이내에 재활용하기 때문에 거미줄의 합성에 체내 단백질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 냈다. 거미줄을 재활용하는 데 에너지 이용 효율이 이토록 뛰어나다니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왕거미는 해질녁에 나타나 전날 미리 남겨둔 한 가닥 줄에 의지해 그물을 치고 그 안에서 밤새 기다린다. 그리고 동이 터오면 그물을 부수고 거둬들인 줄을 입에 넣고는 다음날을 위해 한가닥 줄을 남겨두고 몸을 숨긴다. 먹이를 잡지 않는 시간까지 고려할 줄 아는 것이다. 거미는 이렇게 치밀하게 줄을 재활용하면서 냉혹한 자연계에서 목숨을 이어 나간다.

 

알려지지 않은 거미의 정체: 거미줄이 200도 이상의 열에 견디는 등 내열성이 뛰어 나고 광합성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거미는 곤충을 마비시킬 때 사용하는 신경 독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게 마비시킨 곤충을 그물에 매달아 두었다가 자신이 원할 때 먹어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