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4권
4권
●기저귀 찬 외상놈들
●야 성님
●삽짝
●그만 초가삼간 불을 확 질러 부리고
●기왕지사 떠나기는 떠난다마는 그래도 땅 파 묵고 사는 기이 제일이지
●칠성이놈도 바라믈 잡아서 객리를 떠나더니 사람 베렀지 하기사 잘 되가지고 고향을 도아오믄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나마는 허파에 바람 들믄 거 칠성이 꼴 나네 니도 그렇지
p93 1장 황천의 삼도천
칠월 백중말 월선이는 재를 올리기 위해 강 건너 선혜사로 갔다.
어미의 기일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그동안 제사를 지내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보부상이던 늙은 남편을 따라 타관 땅을 떠돌아다니던 월선이 일부종사하며 팔자치레하고 살라던 어미의 말을 목에 걸린가시처럼 되새겨 가며 보따리 하나는 겨드랑에 끼고 바람에 떠밀리듯이 마을로 돌아왔었던 그날 비로소 어미의 죽음을 알았고 봉순게로부터 윤씨부인이 장사를 후히 지내주었다는 애기며 월선네가 딸을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그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어미가 짝 지워준 서방을 늙다하여 버린 죄목도 클것인 즉 사내가 탐나기로서니 자식이 탐나기로서니 남 죽기를 바랄것이며 악업 위해 또 악업을 쌓겠다 말인고
4권 208P
●미간에 모여든 꼬막살이 심술이 뒤룩뒤룩 매달려 있다. -서희
외톨박이가 도어 헤메거나 혹은 병들거나 상처받아 힘이 약해진 맹수는 유독 사납다.
●포악스럽고 음험하고 의심 많고 교만한 서희 그러나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제 나이를 넘어선 명석한 일면이 있었다 본시 조숙했지만 그간 겪었던 불행과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더 많은 죽음들로 해서 그이 마음은 나이보다 늙었고 미친 듯이 노할적에는 마음 바닥에는 사태를 가늠하는 냉정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무료하고 지루한 나날 서책에 묻혀 시간을 보내는 생활은 그를 위해 다행한 일이었으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지식은 또 지혜를 기르는데 살찐 토양이 되어 주었다. 언문으로 된 이야기책에서부터 서고에서 꺼내어 온 여러 가지 한서를 읽었으며 그 중 오경의 하나인 춘추를 탐독했다. 심지어 조준구한테 배운 일본글로 일본책까지 한두권을 읽었다. 이쯤되면 여식으로서 박학하고 세상 물정에 밝다 하겠는데 그것으로 총명한 천품을 무한히 닦아갈수도 있겠는데 서희는 그 명석함도 자기 야심과 집념의 도구고 삼으려 했을뿐 자신에세 합당치 못한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 총명함이 뚫어본 사실일지라도 인정하려 는 완명한 고집 앞에 이성을 물거품이 된다. 그에게는 꿈이 없다, 현실이 있을 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왜곡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 옛말에도 부모 말이 문서라더라고 자식 질엎을 알리로서 낳아서 기른 어머만 할까?
●하기사 양반댁에서도 집이 망하믄 딸자식이 기생 나간다 하더마는 진작 그 길로 나가는 기이 좋겠구마 무신 성씨가 있다고
●평생을 비단옷에 분단장하고 노래 부르며 마음대로 사는 세상 봉순이 마음은 그곳으로 끌려 갔다. 방랑벽이 있던 아비의 피 탓인지 모른다. 아니면 운봉 깊은 곳에서 명창을 꿈꾸던 봉순에 조부의 피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p221 멋을 하거나 말거나 비다 달라 카니께
●눈도 없는 갑다
말은 없고 톱질하는 소리 뿐이다
‘“멀쩡하니 사대육신 멀쩌해 가지고 눈이 멀었나”
“그래 눈이 멀었다. 나는 봉사다”
“봉사가 나무를 비나”
“잔소리 말고 어서 고사리나 캐로 가아”
“누가 고사리만 캐로 왔건데?”
p287 김서방댁의 말_ 한분은 하도 얼굴에 분을 칠갑 했길래 마님분이 밀떡겉이 밀렸습니다. 했더니 단박한다는 말이 이 늙은년가 니가 시어머냐 그란허냐 한분은 내가 말했지 눈이 찢어지믄 팔자가 세다카고 동아살이 져도 팔자가 세다 카는데 마님은 와 일부로 연지를 찍습니꺼 했더니만 대뜸 덤비들어서 내빰을 치지 않겄나 그라고 머가카는고 하니 이년아 누구보고 시샘이냐 허참 내가 그라믄 본처고 자개가 첩이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