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계양큐레이터교육

족부족 -조선중기 학자 구봉송익필

박넝쿨 2025. 2. 19. 21:49

졸참나무새순(4월)

 

 

<자족의 경제, 탈속의 경지>

조선중기의 학자 구봉송익필의 족부족(足不足)이 작품이다.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만족하고

소인은 어이해 언제나 부족한가

부족해도 만족하면 언제나 여유롭고

족한데도 보족타 하면 언제나 부족하리

넉넉함을 즐기면 족하지 않음 없고

부족함을 근심하면 만족함 때가 없네

순리대로 편안하니 또 무엇을 근심하리

하늘 원망 남 탓해도 슬픔은 끝없으리

내 것을 구한다면 족하지 않음 없고

밖의 것을 구하면 어이 능히 만족할까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 없고

밖의 것을 구하면 어이 능히 만족할까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 있고

만 전짜리 음식에도 근심은 끝이 없네

고금의 지락은 족함 앎에 달렸나니

천하의 큰 근심은 부족함에 있도다.

() 이세(二世)가 망이궁서 베게 높이 했을 때

죽도록 즐긴대도 부족할 줄 알았지

당 현종이 마외파(馬嵬坡)서 길이 막히었을 때

다른 삶을 산다 해도 만족하지 않았으리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거우나

왕공이 부귀로도 오히려 부족하네

친자의 한 자리도 부족함을 아나니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부족함과 족함이 모두 내게 달렸으니

외물 어이 족함과 부족함을 되리오

내 나이 일흔에 궁곡에 누웠자니

남들이야 부족타 해도 나는야 족하다네

아침 산에 흰구름이 피어남 보노라면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 족하고

저물녁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 보면

가없는 금물결에 안개가 족하도다.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피고 짐이 끝없으니 깊은 흥취 족하고

책상 가득 경서엔 도의 맛이 깊으니

천고를 벗 삼으매 스승의 벗 족 하다네

덕이야 선현 비해 비록 부족 하다네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도다.

내 즐길 바 함께 함에 진실로 때가 있어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하늘 보고 땅을 굽어 능히 자재로오니

하늘도 나를 보고 족하다고 하리라.

<한시미학산책> 정민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