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부족 -조선중기 학자 구봉송익필
<자족의 경제, 탈속의 경지>
조선중기의 학자 구봉송익필의 족부족(足不足)이 작품이다.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만족하고
소인은 어이해 언제나 부족한가
부족해도 만족하면 언제나 여유롭고
족한데도 보족타 하면 언제나 부족하리
넉넉함을 즐기면 족하지 않음 없고
부족함을 근심하면 만족함 때가 없네
순리대로 편안하니 또 무엇을 근심하리
하늘 원망 남 탓해도 슬픔은 끝없으리
내 것을 구한다면 족하지 않음 없고
밖의 것을 구하면 어이 능히 만족할까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 없고
밖의 것을 구하면 어이 능히 만족할까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 있고
만 전짜리 음식에도 근심은 끝이 없네
고금의 지락은 족함 앎에 달렸나니
천하의 큰 근심은 부족함에 있도다.
진(秦) 이세(二世)가 망이궁서 베게 높이 했을 때
죽도록 즐긴대도 부족할 줄 알았지
당 현종이 마외파(馬嵬坡)서 길이 막히었을 때
다른 삶을 산다 해도 만족하지 않았으리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거우나
왕공이 부귀로도 오히려 부족하네
친자의 한 자리도 부족함을 아나니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부족함과 족함이 모두 내게 달렸으니
외물 어이 족함과 부족함을 되리오
내 나이 일흔에 궁곡에 누웠자니
남들이야 부족타 해도 나는야 족하다네
아침 산에 흰구름이 피어남 보노라면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 족하고
저물녁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 보면
가없는 금물결에 안개가 족하도다.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피고 짐이 끝없으니 깊은 흥취 족하고
책상 가득 경서엔 도의 맛이 깊으니
천고를 벗 삼으매 스승의 벗 족 하다네
덕이야 선현 비해 비록 부족 하다네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도다.
내 즐길 바 함께 함에 진실로 때가 있어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하늘 보고 땅을 굽어 능히 자재로오니
하늘도 나를 보고 족하다고 하리라.
<한시미학산책> 정민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