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화장
김상미
나는 날마다 화장을 한다
서른을 넘기면서
다 아름다워진 여자의 속살에도
후로랄 향수를 뿌린다
아무도 건더리지 않아
맑은 눈물샘에도
산스타 한방울 떨어뜨린다
거울속에 내가 울고 있구나
거울밖의 나는
모래처람 바짝 바짝 흩날리는데
거울 속의 나는 호수 위에 내려 앉은
꽃잎 같구나
나는 날마다 화장을 한다
세상에 믿을 것은 거울뿐인가
나와 내가 마주 앉아 벗겨내는
운명의 껍질이
새빨간 입술 끝에 그늘이 만들고
조금씩 조금씩 신음하던
내용이
화장한 내모습 속에서
활짝 열리고 있다
나는 날마다 화장을 한다
그렇게
그런 식으로
**남성으로 부터 잘 보이기기 위해서거나 시대의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라기 보다 자신이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수 있다.
단순히 미용을 위하서라기 건강을 추구하는 행동이 아니라 여성다운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행동으로 평가 할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화장을 통해 여성미를 추구하는 것은 여성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여성시의 대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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