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계양큐레이터교육

계양 꽃마루길

박넝쿨 2018. 10. 18. 20:41

 

 

길 위에서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ㄴ나 길가에 피어난 풀들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면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